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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일자리의 비관론과 낙관론
이상수   2017-09-02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면서 가장 걱정인 것이 일자리 문제이다. 이미 공장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으니 이런 상태로 나아가면 일자리 문제가 더 심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산업혁명에서 농민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 제1의 실업, 1960년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공장노동자들의 실직은 제2의 실업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화이트칼라들이 직장을 잃은 상황이 제3의 실업이라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잃기 시작하는 것은 제4의 실업이다.

이런 변화로, 과거 농업종사자들은 공장으로, 공장노동자들은 서비스업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제46차(2016) 세계경제포럼 개막 직전에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오는 2020년까지 총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총 510만여 일자리 감소를 전망했다.

이처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는 미래학자이자 경영전략가인 피터 슈워츠는 “공통적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기술들은 모두 발명 혹은 발견됐고, 정보기술의 발전은 과거 새로운 기술들과 같이 풍요로운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비관론의 관점은 인류의 기술 도약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기술은 새로운 전환 단계에 들어섰고, 앞으로 수많은 신산업을 만들어 현재 존재하지 않은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피터 슈워츠의 주장처럼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산업과 직업군이 등장함에 따라 오히려 고용이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농부의 수는 줄었지만 비료공장, 트렉터 공장, 종자개량 등을 위한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자, 가공식품 종사자 등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간접 일자리가 늘어나고 오히려 작업의 다양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직접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간접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도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의 약 65%는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10년간 이뤄질 기술 발전은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론적 주장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여전히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의 직업군들이 대체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다.

시스코의 프레드 베이커는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정확한 주행이 어려운 점을 예로 들어 향후 10년 안에 인류가 집단으로 은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오하이오주립대학 교수 마이클 글래스먼 또한 미래 인공지능이 현재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겠지만, 실제로 수행 가능한 기능들은 매우 제한적으로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직업의 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유럽인터넷도메인등록기구(EURid)의 이사인 크리스토퍼 윌킨슨은 오류로 인한 위험 및 책임 소지 등 수많은 이슈가 인공지능과 로봇의 상용화에 제약이 생겨 향후 10년 안에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다양한 규제와 법규, 그에 따르는 사회적 반발을 감안하면 대대적이고 한순간에 로봇과 인공지능의 인간 일자리 대체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의 800개 직업이 주로 수행하는 2000개의 작업을 사회ㆍ인지ㆍ물리적 능력으로 구분한 뒤 현재 로봇 기술과 함수관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45%의 작업이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현재의 로봇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미래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미래완료진행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성급하게 두려움을 갖을 필요는 없다. 인간은 놀라운 수준의 적응력과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잃은 일자리는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새로운 직종과 사업, 산업분야가 창출되어 자본화 효과를 동반할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감소를 너무 절망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일자리 총량이 줄어들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미래의 일자리 연구결과 2030년이 되면 근로자는 일생동안 평균 여섯 번 정도 자신의 경력을 ‘리부트(reboot)’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에 맞도록 재교육을 6번 받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사는 사회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평생 하나의 직업으로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자식을 잘 키우면 자식이 부모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던 시대도 지난 지 오래되었으며, 자식과 부모가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세상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기업 모두 꾸준하게 자기계발을 해야 할 것이다.